남부도 북부와 마찬가지로 지폐를 만든다. 안타깝게도 남부는 북부에 비해 공업이 덜 발달되었다. 그레이백으로 불리는 흑백으로 인쇄된 지폐를 만들게 된다. 위조지폐가 성행하자 도안을 계속 바꾸어 가며 지폐를 발행한다. 엉망진창이였다. 세금도 나중에는 현물로 요구하는 지경에 이른다.
희한한 사건도 발생한다. 새뮤얼 업햄이라는 필라델피아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있었다. 어느날 그는 신문에 실린 그레이백 발행 소식을 보게 된다. 그는 신문사로 달려가 5달러 이미지를 인쇄한 원판을 구하게 된다. 문제는 이 원판이 실제 지폐 크기와 똑같았던 것이였다. 이걸 딱 본 업햄은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구입한 원판으로 지폐를 인쇄하여 기념품으로 판매한 것이다. 위조지폐가 아니고 기념품이라는 문구를 밑에 넣는다. 사업은 대성공한다. 북부인도 관심을 가진다. 반란군의 지폐라며 수집한 것이다. 문제가 터진다. 어떤 불손한 놈이 기념품을 사서 가게 문구가 써진 밑부분을 잘라내 사용한 것이다. 이러면 그레이백과 구분이 안간다. 팩시밀레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fac(사실)과 simile(묘사)과 합쳐진 말로 원본과 똑같이 찍어내는 복제기술을 뜻한다 이게 오늘날 팩시밀리가 된다. 이 위조지폐가 어느 지경까지 이르는가 하면 정부가 발행한 그레이백보다 더 좋은 종이로 인쇄된 위조지폐도 등장하게 된다. 일부 밀수업자들은 헐값에 이 그레이백을 뭉텅이로 사서 남부면화 결제 대금으로 지불하기도 한다.이제 남부인도 그레이백을 불신하게 되고 남부인들도 북부의 그린백으로 거래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나중에 북부는 업햄을 처벌하려 하나 근거가 없었다. 반란군이 만든 비법정 지폐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규정하는 법적 장치가 없었다.
전쟁시에 적국을 교란하기 위해 위조지폐를 유통시키는 것은 하나의 작전이였다. 적국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혼란에 빠뜨리기 위함이다. 남부는 지폐를 잘 못 만들어 스스로 혼란에 빠지는 우를 범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남군은 더욱 북군에 밀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