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 조인식과 그 후

더글라스 맥아더는 몰락 작전을 계획할 무렵 일본이 조기 항복할 것을 상정한다. 블랙리스트 작전을 감행해 신속히 일본 주요 도시와 조선의 도시를 점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 지역 도시는 하나도 포함이 안되어 있다. 사전에 38선을 합의 한 것인지는 자료가 없어 설만 무성하다.1945년 8월 14일 맥아더는 연합군 최고 사령관에 오른다. 일본이 항복하자 1945년 9월 2일 도쿄만에 자리잡은 전함 미주리호에서 항복문서 조인식이 열린다.많은 군함을 두고 미주리가 뽑힌 이유는 당시 미대통령 트루먼이 미주리주(고향이기도 함) 상원의원이라는 것이 작용했다. 육지에서 조인식이 열릴 수 도 있었지만 해군의 공도 무시할 수 없어 함상에서 하게 된다.미주리호 주변에는 미국의 어마어마한 함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잠수함 수십척도 함께한다. 미항공기는 도쿄만 하늘을 새까많게 수놓는다. 영국과 호주 함정까지 참가한다.일본측 대표는 외무대신 시게미쓰 마모루 였다. 그는 윤봉길의사에 의해 다리를 다쳤다.맥아더는 이 날 서명하면서 만년필을 5개나 쓴다. 맥아더는 미 필리핀 사령관 조나단 웨인라이트, 영연방군 말레이 사령관 아서 퍼시벌, 미육군사관학교, 미해군사관학교, 그리고 자신의 아내에게 만년필을 각각 준다. 웨인라이트와 퍼시벌은 포로로 잡혀서 고생이 많았던 장성들이다. 맥아더의 정치적 성향을 엿볼수 있다.

728x90

독일은 연합국이 영토 분할을 해 통치했지만 일본은 거의 미국의 단독점령으로 나머지 연합국은 자문 수준에 머물다.GHQ (연합국 최고 사령부)는 일본의 비군사화,민주화를 하고 전쟁을 못하게 농업국가로 만들려 한다.일본이 패전하자 식민지에 있던 일본인이 대거 귀국한다. 그 수가 무려 500여만명이었다. 미국은 오늘날 가치로 22조원 정도를 무상 원조하여 일본의 민생고를 해결한다. GHQ 는 일본 평화 헌법의 제정을 주도하고 농지도 개혁한다. 정경유착도 과감히 없애버린다.중국대사로 부임했던 조지 마셜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백서를 발간하고 잘못하면 중국이 공산화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미국은 이 때 일본 활용 방안을 고심한다.GHQ 는 1947년말 역코스 정책으로 전환한다. 일본을 1930년대로 되돌리려 했으나 이를 철회하고 레드 퍼지(공산주의 숙청), 닷지 라인( 일본 경제 부흥책) 으로 전환한다. 닷지라인의 핵심은 고정 환율제로 미국 1달러를 360엔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일본이 성장할 때까지 경제적 안정을 잡아 주겠다는 것이다. 후에 이승만도 고정환율을 요구한다. 전범국인 일본도 해주는데 우리는 왜 안해주야 하면서 항의하지만 거절당한다. 전쟁 배상금도 일본은 내지 않는다.6.25전쟁이 발발하고 미군은 전쟁 수행을 위해 일본을 병참기지로 만든다. 수많은 전쟁물자를 발주했고 휴가나온 군인들은 일본으로 와서 돈을 뿌리고 다녔다.미국은 이제 소련과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데 그 파트너로 일본을 낙점한  것이다. 일본은 미국과 전쟁을 할 만큼 강한 나라였다. 더없이 좋은 파트너 였던 것이다.

일본은 그 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다.노구치 유키오 는 1940년 체제론이라는 책을 통해 일본 경제를 분석한다.일본이 6.25라는 특수성으로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일본은 1940년대 전쟁을 수행하면서 총력전 체제를 만든 것이다. 정부 주도로 전쟁의 승리를 위해 주식회사 일본을 만든것이다.일본은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과는 다르게 본토 지상전을 치루지 않았다. 독일은 3년 동안 폭격에 시달렸으나 일본은 6개월 가량이다. 비교적 산업시설이 완파되지는 않았다.전쟁에 쓰인 총력전 체제를 전후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종신고용을 통해 안정적이고 숙련된 노동력을 확보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금융정책까지 일본 정부 주도로 관료주도형 수출 중심 산업정책이 오늘의 일본 경제를 만들었다.우리나라 역시 만주국의 만주국 기획원과 비슷한 경제기획원을 만들어 국가 주도로 경제 성장을 이룬다. 한국 주식회사를 만든 것이다.그러나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언급할 정도로 쇠퇴한 것 또한 정부 주도형 경제 성장 때문이다. 요즈음 같은 시대에 이는 하루 빨리 깨야 하는 체제라고 유키오는 언급한다.

일본의 전범들은 전후 어떻게 되었을까? 처벌 만을 본다면 독일과 일본은 비슷하다. 독일 전범들은 유럽 내 공직 취임이 금지된다. 하지만 일본은 그런 제약이 없다.일본의 종신형 선고자 16명중 3명은 옥사 나머지는 석방된다. 천황과 황족은 재판정에 오르지도 않는다. 천황을 재판할 경우 파장을 고려한 것이다.일본의 전범 변호인들은 연합국이 전략폭격해서 대량 살상했다는 것을 언급하고 제국주의 시대에 연합국이 침략한 거랑 뭐가 다른지를 묻는다.냉전시대가 오자 일은 더꼬인다. 센프란시스코 회의 에서 한국이 승전국으로 참석하려 하나 연합국들 입장에서 식민지 한국이 참석하면 동남아 국가들의 문제가 걸리게 된다. 결국 한국은 참석하지 못한다.또 하나 기억할 사람들이 있다.파친코라는 소설이 있다. 재미교포가 쓴 작품이다. 일본 패망 후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인들은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문제는 GHQ 규정상 이들이 귀국할때 일정 금액 이상 재산을 반출할 수 없었다. 조선에 일본인도 귀환할 때도 마찬가지로 재산을 반출할 수 없었다. 경제 교란이 그 이유였다. 이로 인해 귀국할 수 없었던 이들 조선인은 약 60만명이다. 그들은 일본 사회에서 온갖 핍박을 받게된다.